1939년 8월 1일부터 1940년 3월 3일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된 김남천의 장편소설. 주인공인 김광호와 이경희가 가지고 있는 성격 차이와 이들 관계의 우여곡절이 이 소설의 중심을 이룬다. 이 둘을 중심으로 사건의 구성을 보면 두 인물이 만나서 오해로 인해 헤어지다가 다시 만나서 오해가 풀리고 결혼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혼사장애담(婚事障碍談)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또한 사건이 진행되는 데에 있어 우연적인 요소들이 크게 작용하게 되며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성격도 고정화되어 있다.
김광호는 토목기사라는 근대적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일에 회의적인 허무주의자이며 수학적인 객관성의 세계가 펼쳐지는 자신의 직업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이경희는 재벌의 딸이지만 적극적인 현실주의자로 사회적인 실천에 많은 의미를 두고 있다. 이러한 성격의 차이는 둘 사람의 사랑을 이어가는 문제나 사회적인 실천의 국면에서 잘 드러난다.
탁아소 설립과 관련된 장면에서 이경희는 적극적인 실천주의자이기 때문에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돌적으로 실행하려 하는 반면, 김광호는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만 한다. 또한 이경희는 김광호와의 연애에서 언제나 그를 리드한다. 그래서 둘 사이의 오해를 풀기 위해서 김광호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반면, 이경희는 적극적으로 그 오해를 풀기 위해 애를 쓴다. 그 오해를 푸는 과정에서 이경희는 만주로, 경성으로 김광호의 행적을 좇지만 김광호는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다. 이렇게 상반되는 성격으로 인하여 문제는 언제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김광호 주변에서 일어나고 이경희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이 이 소설의 내용이 되는 것이다.
이경희는 ‘실천’이라는 확실한 방법을 통해 자신을 실현시키고자 하고, 김광호는 끊임없이 자기를 점검하며 모든 것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기만 하면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는다. 그저 모든 것에 반대하는 입장을 계속 견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경희와의 만남으로 김광호는 변한다. 만주에서의 기술 발전의 놀라운 정경을 목격하고 감탄하던 김광호가 이경희로부터 자극받아 자신만의 세계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이 점은 인도주의적 양심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선을 실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으로 나아간다.
또한 『사랑의수족관(水族館)』의 인물들은 모두 평범한 환경 속의 인물들이 아니다. 소설은 평범한 일상적 인물을 내세운다는 점에서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은 한결같이 예외적인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경희는 재벌의 딸이고, 기생이었던 계모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연적(戀敵) 관계에 있다. 김광호는 제국대학 출신으로 토목기사라는 근대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형과 동생도 역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당시에는 흔치 않은 이혼녀에 디자이너였던 강현순을 제외하고는 모두 생활에 있어서 큰 불편을 겪지 않고 있다. 또한 그들이 즐기는 옷, 음식, 음악, 취미 등은 물론이고 가지고 있는 직업도 모두 새로운 것들이다. 이러한 예외성은 그 자체로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그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작가는 디테일한 묘사를 통해 이들의 일상을 그린다.
근대과학의 산물인 지식과 기술에 대한 김광호의 믿음은 혁명적 사상운동의 설자리가 없어진 시대의 탈출 방식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근대과학기술의 힘에 대한 예찬이란 이중의 의미를 갖는다. 근대과학의 산물인 지식과 기술에 대한 김광호의 믿음은 혁명적 사상을 견지하려는 의지와 그것을 부정하고 지배질서의 안쪽으로 스스로 포섭되고자 하는 이끌림 사이에 놓인 김남천의 흔들리는 내면을 드러내는 매개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이 사회적 실천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해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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