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여성』이라면 모두들 개벽사에서 발행한, 1923년 『부인』의 개제호로서의 그것을 떠올릴 것이다.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그와는 전혀 다른 잡지인 또 하나의 『신여성』이 발굴,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한다. 1942년 흥아문화출판주식회사가 창간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여성』은 현재 아단문고에만 두 책이 소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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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성』이라면 모두들 개벽사에서 발행한, 1923년 『부인』의 개제호로서의 그것을 떠올릴 것이다.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그와는 전혀 다른 잡지인 또 하나의 『신여성』이 발굴,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한다. 1942년 흥아문화출판주식회사가 창간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여성』은 현재 아단문고에만 두 책이 소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제3권 7호(1944.7.1 발행)와 제3권 9호(1944.10.1 발행)를 살펴보면, 전문이 일본어로 표기되어 있으며, 발행인은 津田剛, 편집인은 山脇英雄으로 모두 일본인이다. 발행 주체인 흥아문화출판주식회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는 1936년 창간된 『녹기(綠旗)』를 살펴보아야 하는데 『녹기』는 ‘내선일체’나 ‘황민화정책’ 등을 선두에 서서 선동한 잡지로 처음에는 녹기연맹에서 발행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녹기』 7-12호(1942년 12월호) 판권지를 보면 녹기연맹은 발매소로 되어 있고 흥아문화출판주식회사가 발행처로 되어 있다. 그러다가 『녹기』는 1944년 4월호부터는 제호 자체를 『흥아문화』로 변경하였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좀 더 깊은 내용은 알 수 없으나 흥아문화출판주식회사는 일제강점기 말기의 출판문화의 한 축을 장악하고 있던 세력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에 얘기한 『신여성』 두 책의 목차를 통해 이 잡지의 성격을 살펴보면, 사실상 ‘신여성’이라는 제호에 의아심을 갖게 된다. 9월호를 보면, 전체 46쪽 분량에 거의 모두 전쟁과 관련된 내용으로, 예를 들어 경보가 울렸을 때나 소이탄이 떨어질 때의 행동지침을 알려주고 있다. 그밖에 일본 작가의 창작이 세 편인데, 확실한 여성 관련이라면 「皇國婦人の禮法」과 「半島學兵と語る」(圓地文子·津田節子 대담)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7월호의 경우에는 이동규(李東珪)나 장혁주(張赫宙) 같은 문인의 글이 수록되어 있어 한결 친숙한데 그밖에 거의 모두 전쟁 내용들이다. 이러한 성격은 『신여성』 1942년 12월호 목차(『녹기』 1942년 12월호 광고 참조)를 보아도 별 차이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이 잡지의 제목인 ‘신여성’이 의미하는 것은 1920년대 서양문화를 받아들인 ‘모던 걸’로서의 신여성이 아니라 태평양전쟁 말기에 총후(銃後)를 지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軍國의 어머니’로서의 신여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해제: 오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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