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판본 『홍길동전』은 고서목록에는 ‘남표대본점(南杓貸本店)’으로만 기재되어 있다. 이 자료는 정확히 말하면 경판 21장본으로, 서울 지역의 방각본 제작 업소였던 송동(宋洞) 방각업소에서 간행한 것이다. 송동 경판 방각본『홍길동전』21장본은 기존에 간행된 30장본을 기반으로 원래의 내용을 적절히 축약해서 만든 것이다.
1973~1975년 나손 김동욱(金東旭) 선생은 『영인고소설판각본전집』(전5권, 나손서옥)을 간행할 때, 수집가 백순재 선생의 소장본『홍길동전』을 빌려다가 학계에 소개한 적이 있었다. 아단문고 소장 목판본이 바로 옛날 백순재 선생의 소장본이다.
이 자료는 그동안 ‘송동본’ 또는 ‘경판 21장본’으로만 불렸다. 하지만 그동안 이 자료가 지닌 중요한 특징이 간과되었다. 그것은 이 자료가 당시 서울(경성)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책을 대여해주던 세책점의 ‘세책본(貰冊本)’이란 사실이다.
조선후기에 탄생했던 세책점은 1930년대까지도 영업을 계속해왔다. 일제강점기에 세책점은 일본의 영향으로 세책점이 아닌 ‘대본소(貸本所)’ ‘대본점(貸本店)’이라 불렸다. 이 자료를 통해서 세책점에서 1930년대까지, 조선후기에 만들어진 방각본을 지속적으로 대여해주었다는 점, 방각본 소설의 유통 하한(下限) 시기, 시대 변화에 따른 세책점의 명칭 변화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자료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해제: 유춘동 _ 강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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