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生님 안녕하셨습니까. 저는 어제 점심 때 여기 왔습니다. 비가 몹시 옵니다. 빗소리 물소리에 다른 音響을 들을 수가 없습니다. 避暑라고 하오나 제 마음은 도모지 閑暇하지 못합니다. 분수에 넘치는 일 같게만 생각되어서 견딜 수 없습니다. 그저 동생이 즐거워하는 것으로 慰安을 밧습니다. 그래도 종종 좋은 自然조차 잊어버리고 멍하니 앉아서 비오는 바깥을 내다보는 일이 있습니다.
先生님이 바쁘실 것도 생각해봅니다. 先生님이 빚쟁이에게 쪼들리시는 것도 상상해 봅니다. 이렇게 비가 와서는 오래 못 있을 것 같습니다. 金剛山이랑 赴戰高原이랑 죄다 보기로 했는데 틀린 것 같습니다. 틀리다 하더라도 제게는 失望될 것이 하나 없습니다. 마는 될 수 있는 대로 곧 上京하겠읍니다. 旅舖에 사람이 많고 또 避暑地 旅舖이라 그러하온지 어떻게 不親切한지 밥 얻어먹기도 어려운 듯싶습니다. 제가 떠날 때 하신 말씀 ― 부쳐주신다던 것은 조금도 念慮 말아주십시오. 쓸 일도 없으려니와 혹 쓸 일이 있다 하더라도 도무지 不便한 일이 없습니다. 그러하오니 安心하시옵고 제가 上京하실 때까지 혼자 애 많이 쓰시며 安寧하시옵소서.
崔貞熙 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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