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橋回傳
匪意人來 先問安否然後 始放下憂慮之心也 近日炎熱 始知六月天氣也 當此時無恙爲幸而 京裏專人尙爾遷就者 亦非小悶也 昨因衛將傳章里李察訪之自京來者消息則 不必出繡衣 只是本宮人作廉客四面發去云爾則 禍從口出也 十分愼言語可也 非但三緘金口當百緘云者-先師之敎-正可受用於今日也 吾姑無大病幸 以北窓之風前池之蓮滌暑消憂爲好耳 明日流頭也 勢當早往坪里而來也 京中物價騰踊 苦草二介爲一文錢 一文錢買柴 減半於前云矣 所謂廳直 以病告歸 別無大段難處事也 餘姑不一一
六月十四日父
龍谷宗氏 每每入思而 事勢旣如彼 亦復奈何
청교(靑橋)에 돌아가는 인편에 전함
뜻밖에 사람이 왔기에 먼저 네 안부를 묻고 나서, 비로소 염려스런 마음을 놓았다. 요즘 불볕더위에 비로소 6월 날씨인 줄을 알겠구나.
이러한 때 몸에 탈이 없어 다행이지만, 서울에 간 전인(專人)이 여태 오지 않는 것은 작은 걱정꺼리가 아니다.
어제 위장(衛將)이 전한 장리(章里) 이 찰방(李察訪) 집에 온 서울 소식에 의하면, 반드시 암행어사〔수의(繡衣)〕를 내보내는 것은 아니고, 운현궁〔本宮〕 사람이 염탐꾼〔廉客〕이 되어 사방으로 나갔다고 한다. 재앙은 입에서 나오는 것이다. 절대로 말조심해야 된다. ‘금구(金口)를 세 번 봉할 뿐만 아니라 백 번 봉해야 한다.’-돌아가신 선생님의 가르침-고 한 말을 정말 오늘날 받아 지켜야 된다.
나는 아직은 큰 병이 없어서 다행이며, 북쪽 창의 바람과 앞 연못의 연꽃으로 더위를 씻고 근심을 삭여서 좋다.
내일이 유두(流頭)인데, 일찍 평리(坪里)에 갔다 와야 할 형편이다. 서울 물가가 크게 뛰어, 고추〔苦草〕 두 개 값이 1문(文)이고 돈 1문으로 산 땔나무가 전보다 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소위(所謂) 청지기〔廳直〕는 병이 나서 그만 두고 갔는데, 대단히 난처한 일은 별로 없다.
나머지 사연은 이만 줄인다.
6월 14일 아버지
용곡(龍谷)의 종씨(宗氏)가 늘 생각나지만, 그의 사정이 이미 그러하니 다시 무슨 수가 있겠느냐.
※ 전인(專人) : 전적으로 어떤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보내는 심부름꾼. 중요한 서신이나 물건을 보낼 때는 삯을 주고 전인을 고용했다. 여기의 전인은 앞 편지의 사연에 있는 근재선생시장을 서울에 가져간 ‘세거인(貰去人)’을 말한다.
위장(衛將) : 오위장(五衛將). 편지의 필자 조병덕의 서제(庶弟) 조병응(趙秉應). 조선 초에는 중앙군인 오위(五衛)에 소속된 종2품의 관직이었으나, 후기에는 오위가 혁파되면서 유명무실한 관직이 되고, 말기에는 여기서도 보다시피 서얼들의 차지가 되었다.
금구(金口) : 금강석처럼 견고하여 열리지 않는 부처의 입.
유두(流頭) : 음력 6월 보름. 맑은 물에 머리를 감고 사당에 곡식과 햇과일을 올리고 제사지내는 풍습이 있었다. 여기서 조병덕이 평리에 가겠다고 한 것은 제사지내러 가겠다는 뜻이다.
문(文) : 돈의 단위. 냥(兩)의 백분의 일.
소위(所謂) : 원래 어떤 말 앞에 붙여 그 말을 승인할 수 없다는 뜻을 표하는 말. 조선후기 구어체에서는 경멸의 뜻을 드러내었음. 여기서‘所謂廳直’이라고 한 것은 청지기를 경멸한 표현임.
청지기〔廳直〕 : 보수를 받고 사대부가에 고용되어 심부름한 사람. 문자를 구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육체 노동자였던 머슴과는 달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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