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는 정동유(鄭東愈, 1744~1808)가 부안의 매산에 사는 변(邊) 아사(雅士)에게 보낸 것이다. 그가 지방 수령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간 후 보낸 것이다.
과거 급제를 축하하는 사연은 편지에 간혹 나오지만, 이처럼 ‘급제는 언제 하느냐?’며 과거 낙방을 대놓고 나무라는 경우는 거의 볼 수 없다. 두 사람 사이가 이 정도로 흉허물이 없었다고 생각할..
펼쳐보기
이 편지는 정동유(鄭東愈, 1744~1808)가 부안의 매산에 사는 변(邊) 아사(雅士)에게 보낸 것이다. 그가 지방 수령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간 후 보낸 것이다.
과거 급제를 축하하는 사연은 편지에 간혹 나오지만, 이처럼 ‘급제는 언제 하느냐?’며 과거 낙방을 대놓고 나무라는 경우는 거의 볼 수 없다. 두 사람 사이가 이 정도로 흉허물이 없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정동유가 봉투에 ‘雅士〔반듯한 학자〕’라고 쓴 것을 보면, 편지의 수신자 변 아사는 과거에 집착하지 않은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정동유와 변 아사, 두 사람은 지우(知友)였던 것으로 보인다. 편지의 사연에는 정이 넘치지만, 글씨와 서식에는 예가 깍듯하다. 수령과 지방의 반듯한 학자 사이의 담백한 우정을 엿볼 수 있다.
정동유는 실증적이고 논리적인 학자였는데, 자신이 엮은 《주영편(晝永編)》이라는 책에서 세상의 많은 분야에 관한 비판과 고증을 가하고 있다. 특히 그는 훈민정음을 깊이 연구한 언어학자이기도 했다.(해제: 하영휘)
접어보기